소설보다 산문집을 주로 읽던 어느날 익숙한 저자의 이름과 함께 눈에 띈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D.P>의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가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쓴 에세이집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이었다.
기본정보
제목 |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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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보통 |
발행일자 | 2018년 1월 4일 |
쪽수 | 200쪽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록한 에세이집이기도 하고, 쪽수도 가벼워서 빠르게 읽혔다.
가난이 특기였다는 김보통 작가
넷플릭스에서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D.P>의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 드라마는 한국을 너머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는데 군대에서 탈영한 탈영병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징병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군부대의 문화가 아무래도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모두 다 비슷하게 머리를 깎고 같은 옷을 입고 나란이 줄을 지어 서있으면 누가누구인지 구분도 안되는 하나의 무리가 되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은 모두 자신만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각 에피소드를 통해 잘 그려낸 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할까.
이 드라마 <D.P>는 다름 아닌 김보통 작가 본인의 군생활의 경험담을 새롭게 창작해낸 에피소드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김보통 작가가 탈영병을 쫓는 군무 이탈 체포조로 뽑힐 수 있었던데에는 가난이라는 특기가 통했기 때문이었다는 인터뷰를 봤다. 최소한의 비용을 가지고 시내에서 생활하며 탈영병을 쫓아야 했기 때문에 인색하게 돈을 쓰는데 익숙했다는 것이다.
어린 날의 담담한 기록
가난을 특기라고 말할 만큼 김보통 작가는 쉽게 좌절하거나 주저앉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파이팅이 넘치거나 열정뿜뿜인 캐릭터도 아닌 듯한데. 아마도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에 쉽게 좌지우지 되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이리라. 어린 날의 에피소드들을 주로 그린 에세이집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에서도 어린 시절의 가난함이나 차별에 대해서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주의가 산만하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떨어져 교탁 옆에 앉아야 했다거나, 동생과 싸워서 아버지가 마당에 내다버린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퍼먹었다는 이야기. 30만원을 들고 떠난 첫번째 가난한 일본여행 등.
고등학교때 공부는 안하고 철봉에 매달려서 시간을 보내느라 팔 근육만 늘었다고. 수능시험을 치고는 갈 대학이 없어서 야간대학에 지원해야만 했다는 에피소드를 보고 인터넷에 기본정보를 검색해봤는데… 성균관대 문과대학 나오심(?) 재수를 하신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1년만에 성균관대 갈 수 있는 … 건가요 작가님?!
어른이 된다는 일. 그토록 서글픈 일인가?
생각해보면 이 작가의 어린시절은 “어른이 되는 일을 서글프다”고 느껴질 만큼 머무르고 싶은 시절이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친구들과 외떨어져 교탁 옆에서 보내야 했던 초등학교 시절, 별 의미없이 철봉에 매달려 보냈던 수험생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먹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해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에 또 철저히 적응해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권투는 못할 거라는 말에 권투학원에 등록해서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고(참가자기 3명이라 3등었다고) 근로 장학금 30만원으로 떠난 가난 일본여행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죽도록 열심히 해서 1등을 하자는 열정만렙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순간을 살아내자는 근성이 있는 인물. 마치 태어난 김에 살고 있는 다른 작가님을 떠오르게도 하는 부분이다. 태어난김에 사는데 누가 뭐라건 나름대로는 너무 잘 살고 있는 거다.
그럼에도 애틋한 시절
이 책은 엄청난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나 인생에 대한 어마무시한 교훈을 담고있다거나 성공의 비결을 담고 있지는 않다. 김보통 작가의 어린시절을 담담히 기록한 글들을 보면서 또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가 있다. 이 사람의 과거는 어떻게 현재가 되었나.
김보통 작가님 원래 웹툰 작가였기는 하지만 스토리텔링에 강했던 만큼 글 쓰는 재주를 살려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 각본을 주로 쓰고 있는 듯 하다. 이미 공개된 <D.P>에서도 공동으로 각본을 썼고 앞으로 발표 예정인 웹툰 원작 드라마 <유쾌한 왕따>와 <노무사 노무진>도 준비 중.
사람 사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드라마가 강점인 작가님인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도대체 어떻게 성균관대에 갔다는건지 다른 에세이집도 읽어봐야겠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
+ 드라마<D.P>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오래전 우연히 본 토크쇼에서 한 사람이 말했던 일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적이 있다. 군대에 있을때 그렇게 죽일듯이 자신을 때리던 선임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선임이란 사람이 대단하게 힘이 좋거나 덩치가 크거나 하진 않아던 모양이다. 어쨌든 먼저 군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계급이 나눠지는 사회인 만큼 그 선임은 먼저 얻은 계급으로 누군가를 때려도 되는 지위에 있었던 것이겠지.
사회에 나가면 꼭 복수하리라 마음 먹곤 했었는데. 군대를 제대하고 한참 뒤에 진짜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먼저 다가오는데 자신을 죽도록 때릴때 입가에 빛나던 금니가 반짝-하고 다시 빛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버렸다고 했다. 마치 몇 년 전 군대 안으로 소환된 것처럼. 폭력이란 이토록 한 사람의 일생에 무력하게 각인되어 버릴 수가 있는 일이다.
더 무서운 것은 오랜 친구를 만난듯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 선임이다. 잘 지냈냐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였겠지. 마치 정다운 전우애라도 나누었던 사이처럼. 이 사회에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서 살아가는 선임이 얼마나 많을까. <D.P>에서 가혹행위를 일삼으며 철천지 나쁜놈으로 등장하던 황장수가 사회에 나가 평범한 대학생으로 안준호를 만나 눈빛을 교환하던 장면은 이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가 한편 잊고 지냈던 화두를 다시 한번 사회에 던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잊지 말아야 한다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는 고마운 작품이었다.

Topicker입니다.
(=토픽을 줍는 사람 and 토픽을 말하는 사람)
회사원이 되길 꿈꿔 본적은 없었지만 회사원이 되었고 그렇게 1n년차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회사원이 적성이 맞는가 싶었지만 알고보니 내 적성은 백수였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