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 – 장다혜ㅣ줄거리 및 감상, 기대평

지난 주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는 원작소설 탄금 을 읽었다. 작은글씨가 빽빽하게 채워진 408페이지의 분량이었지만 이야기가 잘 쓰여진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읽혔다.

기본정보

제목탄금 (영제 : Hong Rang)
저자장다혜
장르미스터리 로맨스 추리
발행일2021년 02월 26일
쪽수408쪽
출판사북레시피
미디어믹스RIDI 웹툰 / Netflix 드라마

이 소설 탄금 을 읽게된 것은 역시 드라마화 소식을 접하고서부터였다. 몇번이나 한번 읽어봐야지 하다가 <밀리의 서재>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초반부를 읽다가 아무래도 종이책을 넘기면서 보고 싶은 마음에 근처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소설 <탄금>의 이야기

조선을 호령하는 거상과 그의 일족

때는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은 과거. 분명한 것은 인권보다 신분이 우선인 과거 조선의 어느 시점이 배경이고, 그 대단한 신분이라는 것도 돈 앞에 좌지우지되곤 하는 때였던 것 같다.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여 큰 부를 축적하게 된 민상단. 그리고 민상단의 고명딸과 결혼하여 거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 심열국이 있다. 세상을 호령하는 돈과 권력을 가진 심열국에게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심열국과 민씨부인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아들 홍랑이 있었다.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홍랑에게는 단 한명의 누이 재이가 있는데, 재이는 심열국의 피는 이어받았지만 민씨부인과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씨받이의 딸이었기에 집 안에서는 몸종들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고 있다.

민상단의 유일한 핏줄로 사실상 모든 권세를 쥐고 있는 민씨부인에 대한 작은 반발심으로 재이를 거두긴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피붙이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없어 보이는 심열국. 그렇게 온정이라곤 없는 집 안에서도 재이는 나름대로 씩씩하게 홍랑과 남매의 우애를 나누며 자란다.

탄금

홍랑의 실종과 재회

하지만 모든 운명이 바뀌게 된 것은 홍랑이 실종된 그 날의 밤. 귀한 아들을 찾겠다고 시체에 까지 현상금을 붙이지만 결국 모든 행적이 묘연해진 홍랑은 원래 이 세상에는 없던 사람처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홍랑의 자리를 대신하여 양자로 들어오게 된 어느 쇠락한 양반가의 어린 아들이었던 무진. 겉으로는 심열국의 양자 자리에 앉아있지만 민상단에서 그의 위치는 마치 물 위에 떠다니는 기름같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곁을 떠돌고 있던 재이와 서로 의지하며 자라난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 추노꾼 독개가 홍랑을 찾았다며 데려온 사내. 전에도 몇번이나 홍랑행세를 하고 나타난 사내들이 있었으나 머지않아 들통이 나 초주검이 되어 실려나갔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소문을 듣고 쉽사리 거짓행세를 하지는 못할 것인데. 10년만에 나타난 이 홍랑이라는 자는 희안하게도 민씨부인과 똑 닮은 얼굴을 하고는 본인도 반신반의하며 민상단의 모든정황을 들어맞춘다.

하지만 진짜 홍랑이 나타났다며 성대한 잔치가 열리는 와중에도 재이와 무진은 그의 존재를 믿지 못한다.

잔혹한 반전

작가는 홍랑의 정체를 숨기며 독자들과 씨름하지 않는다. 10년만에 나타난 이 홍랑이 진짜가 맞는지 아닌지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낸 것이다.

사실 이 소설에는 홍랑의 정체를 두고도 독자들의 허를 찌를 반전에 반전이 차고 넘치기에 홍랑의 정체를 가지고 머리 아픈 추리까지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홍랑이 다시 나타나고 나서부터는 “왜? 왜?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이 계속되고 그 진실을 찾아 소설의 전개는 빠르게 치닫게 된다.

먼저, 한평대군이 얼굴이 흰 소년을 찾는다고 했을때까지는 뻔한 전개를 예상했다.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추리 수사극에 등장하는 그렇고 그런 설정. 한편으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이 생각나기도 하고 영화 체인질링이 떠오르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예사롭게 페이지를 넘기던 나는 단단히 뒤통수를 얻어맞고 만다. 더함과 덜함을 논할 수 는 없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전개와는 또 다른 잔혹한 인격말살의 현장을 글로 읽으며 다시 한번 그들이 가진 인간존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인간을 악하게 만드는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어른과 아이.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 중 악한 아이는 없다. 버려지고 이용되고 쓰이기만 할 뿐. 반면 어른들은 어떤가. 선한 어른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주요 등장인물인 심열국, 민씨부인, 한평대군은 물론이고 홍랑을 거둔 송월이며 하다못해 울분어멈까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악하게 만드는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때로는 돈이고 때로는 우월하거나 반대로 너무 미천한 신분 때문이기도 하다.

나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은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가. 그것이 비록 다른 누군가의 일생을 말살하는 행위일지라도.

이 소설을 읽고나서 왠지 마음 한켠이 아리고 허망하고 아이들의 얼굴이 잔잔히 눈에 밝히는 것은 아마도 소리없이 아스러진 그들 하나하나의 생이 너무 가까이 와닿기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화

이 소설의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는 뉴스와 캐스팅 목록을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내 머릿 속에서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일평생 굽혀본적 없는 빳빳한 허리를 가졌을 것 같은 민씨부인의 엄지원과 그런 민씨부인의 눈치를 보면서도 민상단을 움직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거상 심열국의 박병은. 그들을 향한 잔잔한 분노를 숨기고 있는 홍랑 이재욱과 핍박 속에서도 할말은 하고마는 큰 눈망울의 재이 조보아까지.

반면, 40-50대의 중년으로 등장하는 한평대군은 퇴폐미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김재욱이 맡았는데. 아마도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할 것 같다. 그렇다고 뭐 용서가 되지는 않겠지만.

탄금

홍랑 역할의 이재욱은 소설에 등장하는 홍랑의 생김새나 말투의 싱크로율이 상당하다. 이 전에도 이재욱의 드라마를 몇 번 본적이 있는데. 항상 화가 많고 울분에 차있었던 느낌?! 이번 역할에서도 상당히 화가 많이 나있을 것 같은..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도 화가 많으시던데..?

원작 소설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홍랑과 재이의 로맨스가 드라마에서는 더 극대화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한국 드라마라 함은 자고로 회사에서 연애하고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정에서 연애해야 제 맛인데.

반면, 글로 읽을때는 독자가 멋대로 상상한대로 그려볼 수 있지만 드라마는 영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한평대군과 홍랑이 가진 비밀이 어떻게 표현이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물론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소설 전반에 잔혹한 묘사가 많아서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아플 것 같기도 하다.

결말의 아쉬움

한가지 아쉬운 것은 심열국, 민씨부인 그리고 한평대군의 말로가 너무 평탄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죽음을 소원하면서 여생을 형벌과 같이 살았어야 마땅한데. 너무 깔끔하게 빨리 죽인 것 아닌가?

탄금이란 고대 중국의 형벌로 금을 삼키며 죽어가는 형벌인데, 당시의 금은 잘 정제되지 않아 그 자체로도 독이었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금이 장기에 상처를 내면서 무거운 무게로 쌓여 서서히 죽어가는 무서운 형벌이었다고 한다. 들어보면 고대 중국이나 몽골에서는 귀족들은 피를 흘려서는 안됐기 때문에 이러한 잔혹한 형벌을 내렸다고 하는데 (산채로 삶기도 했다고..) 차라리 단칼에 죽는 단두대가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 ;

어쨌든 제목은 탄금이나 그들의 끝이 너무 깔끔할 정도로 평탄한 점이 나는 마음이 아팠다.

있는 집 자제와 영혼결혼식이라도 하고 혼자 살겠다던 재이는 결국 영혼결혼식과 함께 머리를 올렸고. 홍랑은 평생 소원하던 죽음을 맞았으니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그 끝이 너무 씁쓸하다. 사실 소설에서는 마지막까지 홍랑의 끝을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랑이 어디선가 나타나 풀피리라도 불며, 물 수제비라도 뜨면서 나타나 조잘댈 것 같기도 하다.

각박한 인생. 드라마는 해피엔딩이기를.

탄금

탄금 은 장다혜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40대가 되어 발표한 첫 소설이 이토록 화제가 되다니. 박완서 작가님의 <나목>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40대 평범한 가정주부가 쓴 소설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당시 신춘문예 심사위원이 직접 박완서 작가님 집을 방문하기까지 했다고. 그리고 아직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책이기도 하다.

장다혜 작가님은 이 소설을 쓰기전에는 호텔리어로 활동하고 에세이집을 낸 적이 있으신 것 같다. 하여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부분. 역시 이 시대의 인생은 40대부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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